역사책에선 나를 엄청 위대한 사람으로 그려놓고 있어.
사실 나보다 나의 아버지가 훨씬 위대한대 말이야.
아버지는 송악군의 사찬이었어.
사찬은 신라의 17등 관등 중 제 8등의 관제인데 보통 행정관부의 차관직에 보임되었지.
당시 신라는 정치가 문란하여 남쪽에서는 견훤이 후백제를 세웠고 북쪽에서는 궁예가 철원에 도읍을 정하고 태봉이라 칭하였어.
그런데 말이야 아버지는 현실감각이 뛰어나신 분이었나봐.
당시의 혼란한 상황을 간파한 아버지는 성주군을 담보로 궁예에게 딜을 걸었던 거야.
“대왕께서 만약 조선·숙신·변한 땅의 왕이 되시고자 하면 먼저 송악군에 성을 쌓고 저의 맏아들을 그 성주로 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궁예는 아버지의 딜에 혹하여 발어참성을 쌓게 하고 나를 성주로 삼았어.
아버지가 이렇게 자신있게 궁예와 딜을 성공시킨 사연에는 도선의 역할도 한몫을 했지.
아버지가 송악의 남쪽에 집을 짓는데 도선이 나무 아래 와서 “이 땅에 성인이 날 것이다” 하였데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그를 따라서 송악산에 올랐지.
송악산에 오른 도선은 산세를 살펴보더니 아버지께 글 한통을 주면서 “내년에는 귀한 아들을 얻을 것이니 자라거든 이것을 주시오” 하였지.
편지 내용? 글쎄 그건 나도 몰라.
그리고 내 나이 17살 때 도선이 다시 찾아왔어.
“족하는 백육의 운수를 만났으니 말세의 창생은 공이 널리 구제해 주기를 기다리오”
라고 했대.
족하는 친한 사람끼리 부르는 존칭정도로 보면돼.
백육은 음양서에 나오는 말로 1백6년 만에 세상에 액운이 온다는 말이야.
이렇게 도선의 부추김과 아버지의 결단으로 나는 나이 20에 성주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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