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림칠현 - 계약금란 ]
산도의 아내인 한씨는 거실 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방안의 사내들을 훔쳐보고 있었다.
남편인 산도는 물론 그의 친구인 혜강과 완적의 모습은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들의 대화는 고상하면서도 흥미진지 하여 시간가는 줄 몰랐다.
집밖에 웅크리고 앉아 거실 벽에 난 구멍을 지켜보던 그녀는 새벽을 알리는 닭울움소리를 듣자 아쉬운 듯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산도가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산속에 은거하던 시절
언제부터인가 산도가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비온 뒤의 녹음이 더 짙어져 생기가 돌듯 친구를 만난 산도는 세상을 모두 얻은 듯 자신감이 넘쳤고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싶어 안달이었다.
산도의 아내 한씨는 남편인 산도가 자신감이 넘치고 생기가 도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남편을 변화시킨 친구들이 누구인지 너무 궁금했다.
그러나 남녀 간에 명확한 구분이 있는 사회에서 아무리 남편의 친구이지만 낯선 남자를 만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씨는 저녁을 먹은 후 남편과 마주앉은 자리에서 친구들을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칫 오해로 화를 불러올까 두려워 에둘러 이야기를 시작했다.
“춘추전국시대 진(晉)나라의 공자(公子)중이는 충성스런 신하 두 명과 함께 조나라로 망명하였지요. 그러나 조나라 임금 공공은 중이에게 모욕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중이가 목욕하는 장면까지 훔쳐보는 등 저질스런 행동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당시 조나라의 희부기라는 대신은 공공에게 중이를 잘 대접하라고 일렀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희부기의 아내는 우연히 두 신하을 보게 되었는데 범상치 않은 인물 됨됨이는 명군(名君)을 보좌하기에 부족함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희부기의 아내는 희부기에게 중이가 진나라로 돌아가면 틀림없이 두 신하의 보좌를 받아 정권을 얻을 것이니 잘 대접하라고 일렀습니다.
희부기는 아내의 조언을 듣고 그들 일행을 환대하였지요.
과연 중이는 진나라로 돌아가 왕이 되었습니다.
그가 진나라의 문공(文公)입니다.
그는 조나라를 토벌하여 공공을 사로잡았지만 희부기에게는 우호적일 뿐만 아니라, 보호도 해주었지요.“
이야기를 들은 산도는 아내의 생각을 이해하고 두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거실 벽에 구멍을 뚫고 두 친구를 소개하였던 것이다.
두 친구는 과연 어떤 친구이기에 한씨로 하여금 새벽닭이 울 때 까지 거실 벽의 작은 구멍을 통해 훔쳐보게 하였을까?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출처 : 야만의 시대, 지식인의 길 도서출판 유유 지은이:류창, 옮긴이:이영구 외
'중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측천-1썰 황제 만나기 (0) | 2017.12.02 |
---|---|
죽림칠현 (완적)-3편 (0) | 2017.07.10 |
죽림칠현(산도)-1편 (0) | 2017.07.07 |
요임금과 순임금의 태평성세 (0) | 2017.03.16 |
황제와 치우의 대결 (0) | 2017.03.16 |